환수천마

환수천마 - [15화] 붉은 숨결, 맹수의 발톱

설탕 노벨 2025. 4. 28. 19:45

숲은 고요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언제나 폭풍의 전조였다.

무석 바위 뒤편, 깊숙한 나무 그늘 속에서 치토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끝은 아직 떨리고 있었고, 피부 아래로는
야수의 기운이 덜 잠긴 심장처럼 불규칙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아직 불안정하다.
하지만 이 느낌… 틀림없이 가능성이다.

 

그 순간—
기척.

치토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조용히 숨을 죽인 기운. 인간의 호흡, 발끝에 힘을 싣는 무인의 습성.
그건 형제 중 누구보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백랑.”

 

바위 뒤편.
백랑은 이미 검을 뽑은 채, 나무 뒤에 붙어 있었다.

들켰다.

 

백랑의 눈동자는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다가와, 천천히 검끝을 들어 치토의 목 언저리에 댔다.

 

“무엇을 하고 있었지.”

 

목소리는 낮았지만, 확실한 살의가 담겨 있었다.
짐승이 아닌, 인간의 눈으로—
의심과 공포를 담은 질문이었다.

치토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눈을 맞췄다.

 

“숨 쉬고 있었다.”

 

백랑의 눈썹이 꿈틀였다.

 

“그 숨이 사람의 것이었으면 좋겠다.”

 

찰나.

백랑이 먼저 움직였다.
검이 사선으로 날아들며 치토의 어깨를 가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치토의 가슴에서 맹수의 숨결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기운이 터졌다.
검은 막혀 버렸고, 바닥의 돌들이 갈라지며 먼지가 솟구쳤다.
치토의 손에서 무기가 없었음에도,
한 발 내딛은 그 순간, 백랑의 몸이 반 보 뒤로 밀려났다.

 

“이건… 뭐지?”

 

백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이 밟은 흙바닥을 내려다봤다.
거기엔 말 그대로 발톱 자국처럼 깊게 파인 치토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숨소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치토는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움직임은 인간 같지 않았다.
숨을 들이쉬는 법조차, 마치 커다란 짐승의 허파처럼 무겁고 깊었다.

 

백랑의 등줄기에 서늘한 땀이 흘렀다.
그는 처음으로—
동생이 아니라, 짐승을 마주한 느낌을 받았다.

 

“백랑.”

 

치토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울림이 있었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진짜로 물릴 수도 있어.”

 

백랑의 눈이 흔들렸다.
그의 손이 검을 쥔 채 살짝 내려갔다.

정적.

그리고—
백랑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잠시 후, 치토는 바위에 기대 앉았다.
그의 눈빛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숨결은 짐승의 리듬에 가까웠다.

 

“이제… 제법 익숙해지는군.”

 

백랑은 숲을 벗어나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엔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이상한 끌림이 섞여 있었다.

저건 대체 누구지…
도대체, 저 눈빛은 뭐란 말인가…

 

그리고 멀리서, 푸른 눈동자의 그림자가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림자 속 인물은 낮게 중얼거렸다.

 

“…재미있는 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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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천마 - [16화] 검은 구름 아래, 파란 눈의 사내

치토는 여전히 무석 바위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어깨는 오열처럼 들썩였고, 숨결은 야수처럼 거칠었다.그의 시야는 일순 흐려졌다.몸속을 돌아다닌 야수의 기운은 폐와 심장을 동시에 쥐어뜯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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